백스테이지의 미학 IV
사일 간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내일 공연이라는 사실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귀한, 사람들과 음악하는 시간이 또 지나가는구나 싶다.
내내 음악만 하느라 서로에 대해 알아갈 시간은 많지 않다. 연습실에 도착해 악기를 꺼내며 혹은 짧은 휴식 시간에 잠깐 몇 마디라도 서로 해본다. 그 와중에도 리허설에 발생했던 문제들, 악보에 대한 질문을 하느라 서로 인간적인 사소한 대화는 할 시간이 없다. 어디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고 형제 자매가 있는지 어디에서 공부했는지 지금 어디에 사는지 못 만났던 시간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우리는 서로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 사람의 소리를 알고 저 사람은 나의 연주할 때의 습관을 알고 악보에서 어떤 부분을 특히 중요시 하는지를 안다.
우리는 서로의 자잘하고 사소한 개인사는 모르지만 서로의 호흡을 안다. 우리는 이 호흡과 소리를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2021년 8월 21일
작곡가 / 지휘자 전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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