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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테이지의 미학 V <신체성>

백스테이지의 미학

by 신문선 2021. 8. 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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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악기는 연주  약간의 조립 과정을 거친다. 활을 조이고 어깨 받침을 끼운다던지, 관을 연결하고 리드를 끼우는 그런 행위 말이다. 항상 같은 행위가 반복되기 때문에 모두 각자만의 정해진 루틴이 있다. 하지만 타악기의 조립에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내가 써야하는 악기는 정해져 있지만 연주를 위한 동선과 경우에 따라 심지어는 에너지를 시각화 하는 작업까지 염두에 두고 악기를 조립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타악기 연주자는 항상 바쁘다. 악기를 조립하고 있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그게 아니면 악기를 옮기고 있다. 겨우    걸어  틈이 생겼다 싶으면 연주자를 중심으로 쌓아올린 악기의 벽이 무언가 두껍게 느껴져 망설이게 된다. 항상 타악기 주자가 무대 위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보니 악기 속에 갇혀 있는  같기도 하다.

 

연주자의 신체적 에너지가 악기의 소리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바이올린이나 오보에 같은 악기와 비교해 봤을  피아노의 신체성은 조금 제한적인  같기도 하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자가 건반을 벗어날  이야기는 많이 달라진다. 본인이 동선을 선택할  있는 타악기와 달리 피아노는 연주자의 편의를 위해 움직여주지 않는다. 거대한 블랙박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연주자는 신체성을 극대화시키며 고군분투한다.

 

 

편안하게 앉아 분주한 연주자들을 관찰하며 여유롭게 하던 이런 신체성에 대한 사고는 마지막 리허설을 앞두고 무대를 준비하며 가장 깊어진다. 편안한 의자를 떠나  신체를 쓰고 땀을 흘리며 악기와 장비들을 조금 나르고 나니 다른 연주자들의 고군분투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고고한 연주 뒤에는 항상 누군가의 육체적 노동이  연주자의 그것이든지 스태프의 그것이든지  전제됨을 잊어서는 안된다. 갑자기 안그래도 어려웠던 음악에 대해 생각하고 쓰는 나의 일이 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8 22일의 단상 / 신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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