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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테이지의 미학 마지막 <비움>

백스테이지의 미학

by 신문선 2021. 8. 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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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가득 채워 주셨던 관객석이 비워진다. 악기와 장비로 가득 찼던 무대를 비운다. 소리라도 남아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소리는 가장 먼저 비워졌다. 거리두기로 인해 연주를 마쳤음을 함께 축하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쓸쓸하다. 무얼 위해 이렇게 달려왔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마치 비우기 위해 그렇게 채워왔던 것만 같다.  소리가  곳을 글자로 채우겠노라 말했지만 소리가 사라진 지금은 글자가 무엇을 채우고 있는 것일까, 아니 채우기는 했을까 뒤늦은 의문이 든다.

 

그러다 문득 사람은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소리를 상상하고, 만들고, 들어  사람들은 공연장을 그냥 떠난 것이아니다. 좁게는 성암아트홀에서부터 넓게는 온라인 워크샵과 페이스북, 블로그를 포함하는 가상의 공간까지, 우리가 만든 공간에서 발생한 소리와 소리에 관련된 글자들은 그냥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공연과 관계한 사람들의 기억과 생각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비워진 것은 무언가를 채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 채워졌는지가 궁금하다. 내가 만들어  울림은 어떤 형태로 기억될까. 무대는 막을 내렸지만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단상 / 신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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