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의 미학 마지막 <비움>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가득 채워 주셨던 관객석이 비워진다. 악기와 장비로 가득 찼던 무대를 비운다. 소리라도 남아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소리는 가장 먼저 비워졌다. 거리두기로 인해 연주를 마쳤음을 함께 축하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쓸쓸하다. 무얼 위해 이렇게 달려왔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마치 비우기 위해 그렇게 채워왔던 것만 같다. 소리가 빈 곳을 글자로 채우겠노라 말했지만 소리가 사라진 지금은 글자가 무엇을 채우고 있는 것일까, 아니 채우기는 했을까 뒤늦은 의문이 든다. 그러다 문득 사람은 남아있음을 깨닫는다. 소리를 상상하고, 만들고, 들어 준 사람들은 공연장을 그냥 떠난 것이아니다. 좁게는 성암아트홀에서부터 넓게는 온라인 워크샵과 페이스북, 블로그를 포함하..
백스테이지의 미학
2021. 8. 24. 17:31